REVIEW
2008.11.14 14:09:55
  • SubJect
    월간미술 리뷰 2008.6
  • Name
    박수진 예술학

월간미술 2008.6 
방정아展 
5.10~30 


방정아의 이번 전시 ‘세계’는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그 사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보이는 것을 화면에 그대로 재현하고 싶었던 그림은 어느 순간 보이지 않는 것들 간의 관계를 헤겔의 뼈처럼 뒤틀어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사이를 드러낸다. 바로 그 사이, 보고 싶지 않아서 보이지 않는, 그러나 너무나 잘 알고 이미 드러나 있는, 바로 그 유령 같은 것들을 그리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서사를 가득 담고서. 

우선 그는 보고 싶지 않아서 보이지 않는 공간들을 공터를 통해 보여준다. 공터는 빈 공간을 의미하지만 마을의 공터는 무성한 잡초 사이로 한때는 누군가에게 소중했지만 이젠 효용성이 사라진 물건들, 공인될 수 없는 행위와 비밀스러운 약속들, 온갖 것이 가득 차 있는 곳이다. 
그는 <재개발 구역의 오동춘>의 중앙에 무엇인가 가득 채워진 공터, <재개발구역>의 휑한 빈터를 위치시킨다. <세계> 시리즈와 <행복해> <자연사>에서도 화면을 해우고 있는 것들은 탁한 색채의 꿈틀거리는 터치의 충동적 반복이다. 그들은 의미를 부여받는 것에서 거부되지만 여전히 존재한다. 의미화된 것들 사이에서 틈새를 헤집고 불편하게 드러내고 그들의 존재는 시공간을 수상하게 만든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불편하고 수상하지만 유령처럼 우리와 함께 있는 것,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이라 여겨지는 것들의 존재를 드러내주고 있다. 즉 그는 그들이 있어서 우리의 세계가 존재할 수 있음을, 그들을 포함한 것이 세계라는 불편한 진실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방정아 작업의 리얼리티와 윤리가 있다. 
(박수진 예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