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inting
  • Code
    b21p05013
  • date
    2021
  • title
    플라스틱 생태계A Plastic Ecosystem
  • SIZE=height×width ( cm )
    700×880cm
  • Material
    이어붙인 조각 광목천에 아크릴릭 Acrylic coloring on the attached piece mineral clo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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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장

 

전시 전체 주제어 <흐물흐물>의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작업한 것이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우리 인류의 최대 걱정인 기후위기이다. 어쩌면 너무 심각하고 엄두가 안 나서 오히려 외면 받는 주제 일지도 모르겠다. 핵발전소를 가지고 있는 세계 몇몇 나라 중 가장 높은 핵발전소 밀집도를 가지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위기의식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핵발전의 치명적인 위험성은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또 남의 일 처럼 여기기도 한다.

전체 공간은 핵발전소 냉각 수조로 설정했다. 핵발전이 끝난 핵연료봉을 식히는 장소인 이 곳은 수 만년 동안 열을 내며 방사능을 뿜는 미래의 시한폭탄 같은 존재라고 본다. 철저하게 비밀스럽고 우리가 잊고 싶은 존재들이다. 그 물에 담겨진 우리들의 생태계, 이미 많이 많이 왜곡되어 버려진 플라스틱 같은 생태계가 냉각수조에 담겨져 있는 것을 상상해 보았다. 거대한 천에 그려진 꽃들의 가장자리가 왜곡되어 보이고 그 천은 거대한 냉각수조로 설정된 공간에 담겨져 있다. 그 속에는 많은  의자들이 있는데, 핵 발전이 끝나고 수만년 방사능 뿜어내는 핵연료봉을 암시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 의자에 관객들이 앉아 쉬거나 꽃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핵연료봉의자인 줄 모를 수도 있다. 그게 지금의 현실이기도 하다.

 

흐물흐물은 액체성의 두 가지 측면을 말한다.

하나는 액체적 근대(Liquid Modernity)라는 지그문트 바우만적 디스토피아적 리얼리티이고 다른 하나는 물질(material)의 생동성(vitality)을 논한 제인 베넷의 생동하는 현실(Vibrant Reality)이다.

 

방정아의 그림에서 현실은 재현 장치들을 통해 환기되며, 현실 자체는 생기적 정동(vibrant affect)으로 표현된다고 할 수 있다. 방정아가 표현한 정동이 "흐물흐물"인 것이다. 생동하는 현실이라는 혼재와 동요라는 상태는 <플라스틱 생태계>(2021, 광목에 아크릴)에서 구현된다. 걸개형식의 거대한 조각 그림이 걸려있는 공간은 가소성의 공간이다. 시들어가고 있는 것인지 다시 좀비처럼 스멀스멀 고개를 치켜드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국화들은 가소성(plasticity)의 미학적 표현이다. 바닥에

는 원자력발전소 내 저장소의 핵 연료봉을 상징하는 오브제-의자들이 놓여있다. 이 장소는 다소 SF적이지만, 현실을 반영한다. 방정아의 작업에서 현실은 어떤 공백이다. 공백을 창조하는, 혹은 공백 자체인 것은 대상들 혹은 진실이다. 그 자리는 악무한 혹은 순환의 원인이자 구심점이다.

이 공간에서 표현된 썩지 않는 근대성의 디스토피아성과 순환하는 자연의 생기(생동성)라는 것은 한국 근대성의 특징이기도 하다.

 

    [올해의 작가상 2021] 도록 이병희 비평 (미술비평)  <Korean Illusion 한국이라는 착각 장치>  중

 

절대로 무너져서는 안 될 것들은 흐물흐물 녹아내리고 있고, 너무나 견고해서 붕괴시켜야 했던 것들

은 도리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방정아는 외부의 압력(열)이 가해지면 녹아내리는 플라스틱과 같이 엔트로피의 증가에 따라 고체에서 액체로 진화한 우리 사회를 관통해온 예술

가로서, 자신의 감각으로 인지된 일상의 ‘걸리적거리는’장면들 -한국의 정치풍경과 플라스틱

생태계- 을 회화로 포착해 냈다.

 

 

               [올해의 작가상 2021] 도록 양정애 비평 (미술 이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