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08.04.25 22:26

월간미술 2007.03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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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월간미술 2007.03 REVIEW
Name 조선령.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방정아의 이번 개인전 제목은 ‘너의 매력’이다. ‘너의 매력’이라니. 요즘은 ‘나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게 훨씬 더 자연스럽고 ‘시크한’시대가 아닌가? 자기 과시나 자기 욕망의 표현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가 아닌가 말이다. 하지만 그의 그림 속에는, ‘나의 매력’ 대신 ‘너의 매력’이 등장한다. 세상의 풍경을 기억하지 못하는 맹인 지압사, 산에 흩어져 있는 마른 낙엽들, 화장실에 쓰러진 마약 하는 여자, 무너진 횟집 건물, 길에서 강아지를 파는 아주머니... 

방정아는 도시의 뒤안길에 버려진,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을 것 같은 작고 초라한 풍경들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이런 그녀의 관심사를 단순히 ‘소외된 계층에 대한 애정’이라는 1980년대적 용어로 지칭할 수 없는 이유는, 그녀가 표현하고 있는 일상의 순간들이 단일한 방향성을 가진 직선적인 지점이 아니라 삶의 다채로운 빛깔들을 다양한 각도로 반사하는 광량(光量)이 풍부한 입체적인 지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그림을 자폐적이라거나 개인주의적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은, 그가 묘사하는 미시적인 날카로움의 순간이, 사회라는 살얼음 위를 조심스럽게 디디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어쩔 수 없는 상황 그 자체에서 발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발견’의 모티브는 그녀의 그림에서 중요한데, 그림의 주인공들은 마치 갑자기 길에 파놓은 구덩이에 빠지듯이 일상에서 예기치 않게 맞닥뜨린 어떤 순간들을 통해 아찔한 심연을 경험한다. 

이 경험은 아주 작고 순간적이지만, ‘나’라는 존재가 ‘타인들’과 맺는 관계의 불가사의함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것이기도 하다. 방정아의 작업들은 이렇게 최근의 퇴행적인 개인주의적 취향에 함몰되지 않으면서도 사회와 개인의 그물이 얽어내는 미세한 풍경을 놓치지 않는 어떤 성취의 지점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방정아는 회화 작업과 함께 2~3년 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애니메이션 작업을 다수 보여주었다. 이 애니메이션 작업들은 그녀가 회화를 통해 묘사하던 ‘순간들’을 실제의 움직임으로 바꾸어놓음으로써 회화 작업에 이미 들어있던 내러티브적인 관심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 어쩌면 내러티브에 대한 욕구가 작가로 하여금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게끔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애니메이션들은 회화의 기법을 부분적으로 차용하고 있으면서도 (어떤 애니메이션은 회화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오기도 한다.)한편으로는 회화보다 더욱 단순하고 함축성이 풍부한 선묘를 통해 만들어졌는데, 이를 통해 작가는 애니메이션 기법에 있어서도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다. 
조선령.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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