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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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레종 아티스트 소개(2003)
  • Name
    김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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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종 아티스트 소개 

방정아 
인생, 그것은 순간과 순간의 
하이브리드 

<오리스무마리>, <변심한 동거녀에 앙심품고>, <종로3가 오후4시 30분>... 
이건 모두 방정아 작품의 제목들이다. 깔깔깔~ 웃음부터 나온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의 작품에는 모두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마치 한 편의 단편 소설처럼 그녀의 작품은 우리에게 작은 이야기들을 던져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긴 인생, 결국은 삶의 ‘순간순간’들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삶의 작은 부분들을 포착해내는 그녀의 능력은 정말이지 아름답다. 사소한 것, 소중한 것, 
작지만 의미 있는 것을 볼 줄 아는 방정아. 살아가면서 겪는 구질구질한 일상사를 
‘구질구질하지 않게’ 그려내는 그녀의 작품 세계를 인터뷰와 작품을 통해 만나보자. 



1. 부산에 얼마나 사신 거죠? 
-내 인생의 대부분. 
서울에서의 대학시절 5년을 제외하고. 

2. 처음으로 붓을 잡았던 때, 그 때 얘기 좀 해주세요. 
-엄마가 그림을 그리신다. 어릴 적부터 마루에 널려진 물감, 테레핀 냄새를 맡으며 자랐다. 
자연스럽게 그림이 좋아졌고 너무도 당연히, 화가가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3.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나요? TV나 신문과 같은 대중매체? 
-글쎄. 어떤 특정 부분이라고 할 수는 없겠고 오히려 살아가면서 겪는 구질구질한 일상사에서 나온다는 게 맞겠다. 또한 한번씩 떠나는 여행도 뜻하지 않은 생각꺼리를 만들어준다. 
일기 쓰듯 에스키스를 하고, 제목을 짓고,.. 느낌이 오는 건 그림으로 옮기고. 

4. 작업이 잘 되지 않을 땐 주로 무엇을 하시나요? 
-여기저기 흐트러 놓아둔 에스키스를 모아서 파일에 끼워두기를 한다.(갑자기 손이 근질근질 할 때, 주변에 구르는 아무 종이에나 긁적여 놓는 일이 많아서 , 그것들을 찾아내서 분류하는 일도 꽤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무심히 그려둔 낙서같은 에스킷들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한다) 
그것도 싫으면 시내 이곳 저곳을 쏘다닌다.(부산에 있을 땐 바닷가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곤 
했다) 전시도 보고, 영화도 보고. 

. 방정아 작품은 내러티브적 성격이 강한 것 같아요. 일상에서 아주 "결정적"인 부분을 그려놓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자신 작품의 "내러티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 "소통을 할 수 있는 그림"에 대해 오랜 시간동안 생각했었고, 비교적 그런 부분에 있어서 용이한 점을 가진 것이 내러티브적인 그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난 만화 세대이고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의 영향을 꽤나 많이 받은 나이에 속한다. 익숙하면서도 흥미로운 영역이다. 
물론 함정도 있다. 너무나 쉽게 읽혀진다는 것은 그만큼 이중 삼중으로 감춰진 의미를 캐내는 즐거움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하나의 이미지가 주는 잔상이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건 아주 묘한 경계에 있다. 

6. 자신이 페미니스트라는 생각이 들 땐, 언젠가요? 
-나이를 먹어갈수록... 
나를 위협하는 상황들이 만들어지고(이미 짜여진 사회에 의해) 그것을 방어하다보면 전혀 의도하지 않아도 남들에게 그렇게 읽혀질 수도 있겠다, 싶다. 

7. 한국에서 "여성"작가로 산다는 건 어떤거죠? 
-작가라는 무게감을 견뎌내는 것은 남,녀 모두에게 힘든 일이다. 돈과 시간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야 하는데 한국인 대부분의 삶이 그러하지 못하다. 오히려 여성만의 장점을 잘 만들어갈 수도 있다. 어쩌면 더 유리할 수도 있다(너무 순진한가?) 타성과 권위주의, 탐욕에 대한 저항은 남,녀 작가모두에게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8.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국내or 해외) 작가는? 
-김홍도의 알려지지 않은 그림들을 보고 그가 좋아졌다. 사진 작가 "듀안 마이클" 사진집을 즐겨 봤었고,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끼 하야오"도 존경스럽다 

9. 가볼만한 부산 갤러리를 소개한다면. 
-갤러리 칸지-작년에 새로 생긴 화랑인데 꽤나 비중있는 전시를 기획하는 편이다 
무엇보다도 그곳의 위치가 매력적인데, 해운대 달맞이 고개중턱의 해월정 
맞은편에 천체 관측소처럼 생긴 건물을 찾아보시라. 
부산시립미술관-빵빵한 인력과 기획력. 
그 외에도 공간화랑, 열린화랑, 전경숙 갤러리, 수가화랑등의 좋은 전시장이 있는데 문제는 모두 곳곳에 흩어져 있다는 사실. 

10. 방정아 작품에서는 이성과 감성, 비판과 유머러스와 같이 상반된 것들이 뒤섞여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방정아씨 자신은 차갑고 비판적인 면에 더 가까운가요, 아니면 감성적이고 유머러스한 면이 더 많은 가요???
-제 작품에서 그렇게 상반된 요소들이 보여졌다면 나 역시도 그러하겠죠. 사실 저도 잘 몰라요. ^^; 

에디터/김희경 사진/방정아 

Editor's note 
그녀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인생을 10년 더 길게 사는 듯한 뿌듯한 기분이 든다. 뜬구름 같은 내 인생과 
그녀작품 속 인생이 대비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삶의 무게에 눌려 놓치고 사는 부분들, 잊어버린 부분들, 
잊어버리고 싶은 부분들을 하나하나 작품으로 만들어 고스란히 우리에게 보여주는 
그녀는 마법사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