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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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서남학원 내 대형 소철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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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촐한 오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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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지하철 매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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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아시아 미술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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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아시아 미술관 옆 공중에 절묘하게 걸린 앵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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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캐널시티 수로의 화려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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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아시아 미술관 샵의 고양이 공예품(고양이의 보은이라는 만화영화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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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주점'와라 와라' 앞 거리 풍경, 왼쪽은 빠칭코 가게







후쿠오카 여행기-둘째날 

<아침식사> 
아침 일찍 티나가 일어나 이불을 갰다. 
나도 마지못해 일어나 바깥을 보니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우리 일행 네 명은 도보 5분 거리인 학교를 향해 걸어갔다. 
일용할 양식을 위해. 
수많은 자전거들이 인도 옆에 붙은 자전거 도로로 달렸다. 
한손엔 우산을 들고 묘기 부리듯 자전거를 몰았다. 
학교 정원은 크지 않았지만 아담하고 오래된 나무들이 무척 볼만했다. 
미국인 선교사가 지은 미션 학교로서 역사도 꽤 오래되었다 한다. 
이곳은 습기가 많은 지역인지 오래된 소나무에는 이끼류들이 자라나 
마치 원시림에 온 듯했다. 
소철도 여러 갈래로 자라나 거대한 나무가 되어 있었다. 
인상적인 정원을 지나 한 블록 너머에 학생회관이 있었고 우리의 목적지, 학생식당이 기다리고 있었다. 밥과 된장국을 포함한 뷔페식이었는데 그럭저럭 먹을 만하게 담으니 260엔 밖에 안 되었다. 내일은 더 푸짐하게 먹어야지. 
일본인들은 좀 조용한 편이라 그 넓은 학생식당에서 떠드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 전시장이 있는 2호관으로 오는 길에 비는 그쳐 있었고 벤치에는 각각 1명씩 따로 앉은 학생들이 음악을 듣거나 책을 보거나 졸고 있었다.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일본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오픈식> 
오픈 준비를 위해 왔다갔다 하는 중에 한 여인 나타나다. 

정수옥 선생, 반짝이는 얼굴로 여행가방을 끌고 우리 앞에 선 것이다. 
우리는 엄마 찾은 미아처럼 그동안 있었던 일을 투정부리듯 얘기했다. 
정 선생님은 밤배(까멜리아) 안에서 목욕재개까지 한 후 말끔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미안해 하셨다. 
그리고 떡이랑 음료수랑 몇가지를 준비했다 
팜플렛이 늦게 나와 많은 사람들이 참가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뭐 그런게 중요한가 
여태껏도 그랬지만 관객이 중요하다. 
학생회관 휴게실은 많은 학생들의 집결지였고 
우리 전시장은 그 한가운데에 있었다. 
아직 종강이 되진 않았는지 금새 많은 학생들이 휴게실에 가득찼다. 
적극적이면서 일본어를 잘 하는 쁘리야 김은 휴게실에 모인 학생들에게 
낱개 포장된 한국 떡을 돌렸다. 처음엔 어리둥절하다가도 나중엔 고마워하며 
‘간꼬꾸 모찌!’ 하며 즐거워했다. 
그래도 첫날엔 수줍음 많은 일본 학생들은 잘 들어오질 않았다. 
떡 돌리기를 마친 쁘리야는 한국에서의 직장일 때문에 고생만 하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30분도 안 되어 문제작 개의 작가 김영준씨가 전시장으로 들어왔다. 
곧장 총장실로 면담을 갔을 때에 유창한 일본어로 통역을 맡았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총장님은 다시 전시장으로 와서 작품하나하나 매우 관심있게 보시고 대화를 나누었다. (총장실 안과 바깥 복도에 그의 소박한 풍경화들이 걸려 있었다.) 

<아시아 미술관, 시내 관광> 
티나가 전시장 안내를 맡고 있는 동안 오늘 낮 동안의 관광 일정을 잡았다. 
후쿠오카외곽에 학문의 신을 모신 다자이후는 내일 가기로 하고 오늘은 아시아미술관과 시내구경을 하기로 했다. 죄가 많은(?) 정수옥 선생이 쉴 겸 당번을 맡고 가이드로 나선 문지영씨와 함께 우리4명은 전철역으로 향했다. 
가까운 역이름은 ‘니시진’ . 니시가 서남학원(세이난 가꾸인) 쓸 때 쓰는 한자어 西이지만 발음이 달랐다. 좀 어렵다. 
‘나카스 가와바타’역에 도착한 후 지하에서 바로 아시아미술관으로 연결되었다. 
기획전시는 없었고 상설전 뿐이었고 입장료는 200엔이었고 웰컴카드를 가진 우리는 100엔씩 내고 들어갔다. 아시아의 유명한 작가들의 근현대 미술품과 인도 미술이 있었다. 어느 나라나 그림의 진화과정이라해야 할까 그런 느낌들이 비슷해 쓴웃음이 났다. 단지 아시아의 근대와 현대 초기 페인팅은 서구미술을 그저 부지런히 따라다닌 셈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나라와 작가명은 기억나지 않지만 (명품에 이끌려다니는 사람들을 조롱한 연출사진)이 꽤 코믹하고 기억에 남는다. 
전시장을 나오니 훤히 비치는 철골구조의 대형 공간이 옆으로 펼쳐져 있었고 
바닥에는 사계절이라는 단어의 각 나라의 말들이 써 져 있었다. 물론 한국어도 
약간 어색한 고딕체로 붙어있었다. 
천정까지 족히 7층 높이로 트인 그 공간엔 대형 앵무새조형물이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김영준씨는 저게 움직이지 않고 안정감 있게 유지되도록 어떻게 설치되어있을까 하고 궁금해했고 듣고 있던 우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바깥으로 나온 우리는 약품 전문 몰(약국은 아닌 것 같음)에 갔고 다른 사람들이 
감기약 ,비타민을 사는 동안 심심했던 나도 후시딘 비슷한 상처 치료제를 샀다. 
점심을 대충 빵과 떡으로 채웠던 우리는 허기에 지쳐있었고 길가의 라멘(라면)집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라면과는 사뭇 달라서 면발도 국수처럼 펴 있었고 국물은 돼지 뼈를 고아서 걸쭉했다. 하지만 김치 비슷한 양념된 야채를 듬뿍 넣으니 배고픈 우리에겐 꿀맛과도 같았다. 아마도 이게 하카다 라멘인가 보다. 
가격은 600엔 정도 였던 것 같다. 
기운을 차린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근처의 캐널시티(대형 종합 쇼핑센타)로 걸어갔다. 저녁약속을 이성훈 선생과 했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을 아껴써야 했다. 
마침 크리스마스철이라 화려한 트리 장식이 아름다웠다. 원형으로 된 건물 가운데는 수로가 있어 물이 흐르고 그 옆에는 여러 가지 장식 불빛(트리, 황금마차, 얼음나라 등등)이 구경꾼의 눈을 사로잡았다. 
1층엔 주로 캐릭터 상품과 팬시 용품, 아동의류등이 즐비했다. 
딸을 위해 만화 토토로의 ‘네꼬 버스’를 사고 이것 저것 구경했다. 
이틀간 아껴쓴 탓에 좀 쓰고 싶었으나 꽤나 물건들이 비쌌고 시간도 없었다. 
다시 걸어서 지하철 역으로 갔고 전시장으로 돌아왔다. 

<뛰어> 
숙소에 가서 얼른 씻고 나와 우리 일행은 이성훈 선생과 함께 학교 근처 술집인 ‘와라 와라’에 갔다. 저렴하면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무난한 곳이었다. 
마른 목에 마신 약간 얼린 생맥주의 맛은 우리 모두를 즐겁게 했다.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송성진씨만 정종인 ‘사케’를 마셨다. 
후쿠오카를 도시 중심에 산이 있는 부산처럼 생각했던 나는 그날 비로소 산이 아예 없다는 걸 알았다. 등산 양말까지 챙겨왔는데 ^^; 
정선생이 계산하는 동안 우리 일행은 거리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근처는 유흥가인지 빠칭코가 많았다. 
미적거리다 보니 10시 30분이다. 에고 이틀내내 숙소 관리인이 당부했던 10시 30분 입실 시간이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숙소까지 걸어서 20분 거리 , 뛰자. 
도대체 이게 뭐람! 다들 이렇게 투덜거리면서 열심히 뛰었다. 
정수옥 선생과 나는 도중에 뛰기를 포기했다. 
앞에 간 사람들이 해결하겠지. 
둘째날도 그렇게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