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다음은 2003년 11월 한달간 부산일보에 기고했던 일기 형식의 짧은 글들입니다 
총12편의 글 중 마지막 글입니다. 


평화를 담아, 사랑을 담아 

하얀 종이 위에 가만히, 또박 또박 글씨를 쓴다. 
피이. 이이. 에이. 씨이. 이이. 

연필심에 더욱 힘을 준다. 
그리고-, 
엘. 오우 .브이. 이이. 

오늘, 
캔바스 틀에 흰 천을 씌웠다. 
팽팽히 당겨진 천에는 긴장감 마저 흐른다. 
흰색 밑칠을 하고, 
붓을 고른다. 
스르륵 스치는 손 끝마다에 붓 특유의 거친 느낌들이 전해져 온다. 
이왕이면 그동안 아껴뒀던 새 붓들을 붓통에서 뽑아 올린다. 

나이프로 깨끗이 긁어 둔 파렛트와 , 
이리저리 굴러다니던 튜브 물감들을 가지런히 놓고는 
물끄러미 흰 캔바스를 바라본다. 
그리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다. 

숨도 한번 크게 쉬어본다. 

자 , 이제 준비 되었지? 

커다란 붓 하나를 쥔다. 
평화와 사랑을 간절히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