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2004.06.23 00:36

정다운 나의 벗-산보

누군가 나에게 좋아하는 운동이 있느냐 물었었고 
딱히 대답할 꺼리가 없었던 나로서는 
산보라고 대답해 버렸다 
왠지 운동이라 하기엔 너무 체력소모가 덜한 거라 
좀 멋적었었지만 
산보를 즐기는 이유를 물었을땐 
건강과 작업을 위해서 라고 말할 수 있었다 
이 즐거운 나의 벗과의 만남은 주로 나의 집에서 작업실까지 
가는 약15분의 거리에서 이다 
금정산 계곡물이 내려온 대천천의 시작지점을 쭉 끼고 
이어지는 그 길들 사이사이엔 수양버들과 갈대 그리고 
습지식물들 ,어쩌다 한 번씩 발견되는 이름모를 물새 
그리고 작은 집들 (분식집,어린이집,느티나무...죽은 새의 잔해) 
이 이어진다 
그사이 나는 무심결에 이런저런 노래들을 흥얼대거나 
독백을 하거나(누군가 날 유심히 봤다면 좀 이상하게 생각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잡다한 이러저러한 상념에 
젖어든다 
그러다보면 징검다리에 다다르고 
그 아래에 잔잔히 퍼지는 잔물결들과 
잽싸게 도망치는 피라미 무리들 
그리고 물 속에 이리저리 얽혀 탁한 색을 만들어내는 
요상한 모양의 찌거기들을 매일 만나게 된다 

그리고 - 
내 머리칼들을 가만히 헝클어 놓는 기분좋은 바람 

내가 산보를 하지 않는 다면 결코 만날 수 없는 기분이겠지 
(물론 도심한복판에서도 결코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만) 

그렇게 혼자 걷기는 여태껏의 나의 작업들을 쭉 
도와 왔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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