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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여기의 삶을 거침없이 그려본다 부산시립미술관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 1. 방정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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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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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25430&CMPT_CD=P0001&utm_campaign=daum_news&utm_source=daum&utm_medium=daumnews

 

 

 

방정아가 온다. 발소리를 쿵쿵 내며 거침없이 온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하는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Ⅰ편》으로 부산에 거주하면서 전국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방정아 작가전』이 본관 3층 전시실에서 오는 6월 9일까지 열린다. 총 5개의 주제로 엮어진 이번 전시는 방정아 작가의 작품들의 변화와 고민과 작가가 특별히 관심을 두는 것들에 대해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하는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Ⅰ편》으로 열리는 『방정아 작가전』전시장 풍경.
▲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하는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Ⅰ편》으로 열리는 『방정아 작가전』전시장 풍경.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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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요? 영상이나 다른 매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회화로 다양한 이야기를 굵직굵직하게 작업하시죠. 이번 전시는 이미 작품세계를 인정을 받은 중진 작가로서 미술사적으로 미학적으로 정리를 해보자는 거죠."
                                                -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박진희


PART1.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돌은 특별하지가 않다. 특별한 돌, 다이아몬드는 대접을 받지만 흔한 돌들은 길바닥에 널려 있다. 제1전시장을 들어서니 아직 잠을 깨지 않은 돌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변심한 동거녀에게 앙심을 품고」, 「그녀에게 삶은 왜 고통이었을까」, 「안 보이는 사람」, 「과거에 묶인 사람」 등 출구가 없어 보이는 사람들, 심지어는 방사능에 오염된 물고기를 알고도 먹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헥핵」이 있었다. 바다를 보면서도 태평양을 향해 밀려가는 파도보다는 방파제에, 둑에 막혀 제 힘을 흐르는데 쓰지 못하고 소진시키고 마는 「막힌 물」이라는 작품도 흥미로웠다.
  

 <좌>과거에 묶인 사람.  캔버스에 아크릴.  2018.  <우>변심한 동거녀에 앙심 품고.  캔버스에 아크릴.  2001
▲  <좌>과거에 묶인 사람. 캔버스에 아크릴. 2018. <우>변심한 동거녀에 앙심 품고. 캔버스에 아크릴. 2001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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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를 다녀 온 적이 있는데 그 곳에 있는 사원에는 한 공간에 크기와 자세가 다른 많은 부처님을 모셔두더군요. 우리 나라의 절과는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그곳을 그린 그림속에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구해내지 못한 소녀, 제가 살면서 만났던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소환을 하게되더군요."

전시된 작품들에 대해 설명을 듣다가 특별히 마음이 가는 작품이 있냐는 질문에 여러작품이 있겠지만 그 중에 한 작품이라며 「The Hall」에 대해 설명을 한다.
  

 The Hall.  캔버스에 아크릴.  2015.
▲  The Hall. 캔버스에 아크릴.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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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치열하였다, 그리하였다

"선생님 그림들을 주욱 둘러보니 어떤 면에서는 한 사람이 그린 것 같지 않게 화풍이 많이 다르네요."

"똑같은 게 문제가 아닐까요? 제가 좀 겁 없이 뭔가를 던져보는 스타일인가 봐요. 영상물도 만들어보고, 작업실에 만들어 놓은 것도 많아요. 내용에 맞는 매체를 찾아 한 번 해 보는 거죠. 그림도 그랬던 거 같아요. 요즘은 평면 작업이 재밌어서 매달렸는데 또 어떻게 될지 모르죠."
 

그렇다. 겁 없이 던져본다는 것.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지라도 맞다고 생각한 그 때에는 자신을 몰입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좌>아침버스를 기다리는 구로공단의 여성들.  캔버스에 유화.  1991.  <우>춘래불사춘.  캔버스에 아크릴.  2002.
▲  <좌>아침버스를 기다리는 구로공단의 여성들. 캔버스에 유화. 1991. <우>춘래불사춘. 캔버스에 아크릴.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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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항상 뭔가를 끊임없이 제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은 저를 민중미술가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민중미술 진영이 훌륭한 일들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활동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좀 많아요. 지금은 예전과 달리 많은 것들이 바뀌어서 새로이 고민을 좀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을 어떤 틀에 가두지 말고, 자신을 완전히 부정해 본다든지, 정말로 바닥까지 가서 환골탈태하는 모습이 필요하리라 생각해요."

자신의 바닥을 들여다본다는 것. 그것은 참 무서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 없이는 치열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안다. 그림이 내게 나의 바닥을 물어올 때가 가장 무섭다.

PART3. 불편하게 다독이는
 

 <좌>삼보살.  캔버스에 아크릴.  2012.  <중>검은 강 검은 땅.  캔버스에 아크릴.  2010.  <우>바쁜 관세음보살.  캔버스에 아크릴.  2010.
▲  <좌>삼보살. 캔버스에 아크릴. 2012. <중>검은 강 검은 땅. 캔버스에 아크릴. 2010. <우>바쁜 관세음보살. 캔버스에 아크릴.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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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는 꿈이 있었다. 무엇이 되고 싶었다.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는 직업이 아닌,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생각하게끔 하는, 그것을 우리는 꿈이라고 칭했었다. 누군가는 자신이 바라는 무엇이 되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꿈이었다고 불렀다. 방 작가는 현대 문명의 이기심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삼보살」과 觀(관)을 하고 있기에는 너무 「바쁜 관세음보살」을 그려 놓았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 보살들을 그려놓았다. 오늘도 삶을 살아내야만 하는 사람들의 숨어 있는 상처를 다독여주고 싶었거나 어쩌면 사람의 본성에 숨어있는 보살성을 보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PART4. 없으면 됐고요, 있으면 좋고요

"방정아 작가전을 젊은 층들이 많이 보러 왔어요. 특히 10대 20대들이 유난히 많이 오는데 그냥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의 내용에 많은 관심과 고민들에 대해 공감하는 SNS들을 볼 수 있었어요. 현대미술이 지닌 스펙터클하고 다이내믹한 부분들이 많은데 방작가의 그림들은 스토리가 있고, 우리 사회의 사건사고가 있고, 그것들을 통해 정치와 사회문제 등의 현실을 인식하면서 소통을 하더군요."

옆에 있던 부산시립미술관 박진희 학예사가 한마디를 거든다.
  

 <좌>가수협회 등록된 사람.  캔버스에 아크릴.  2010.  <중>없으면 됐고요 일부.  캔버스에 아크릴.  2006.  <우>아무말 하지 않아서 좋았다.  캔버스에 아크릴.  2016.
▲  <좌>가수협회 등록된 사람. 캔버스에 아크릴. 2010. <중>없으면 됐고요 일부. 캔버스에 아크릴. 2006. <우>아무말 하지 않아서 좋았다. 캔버스에 아크릴. 2016.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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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작가님, 저도 작가님 그림을 본 첫 느낌은 한 편의 단편 소설 같았어요. 한 장의 그림 앞에서 앞의 이야기, 뒤의 이야기를 제가 만들고 있더라고요. 또 어떤 작품은 대담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툭툭 던져주는데 감상자에게 "옳은 것에 대한 당위성"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고, 겁이 없다는 생각도 들구요."

기자의 이야기를 이어 방작가가 답을 해준다.

"강요 안하는 것, 그거는 제가 가장 원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저는 그림을 보는 분들에게 정답이 아니라 호기심을 주고 싶어요. 그림을 감상하시는 분들의 발을 그림 앞에 머물게 하고 싶었어요. 그건 좀 성공한듯해요."

PART5. 확장된 세계

다시 질문을 던졌다.

"방작가님 핵문제에 대해서는 어쩌다가 관심을 갖게 되셨어요?"
  

 <좌>원전에 파묻혀 살고 있군요.  캔버스에 아크릴.  2016.  <우>핵헥.  캔버스에 아크릴.  2016
▲  <좌>원전에 파묻혀 살고 있군요. 캔버스에 아크릴. 2016. <우>핵헥. 캔버스에 아크릴.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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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릴 때였는데 '하나뿐인 지구'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어요. 여성문제나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그 프로그램을 본 후 녹색평론을 읽게 되었고, 한동안 절망에 빠졌다고 해야 할까요? 게다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났죠. 사실 아직도 우리가 그 사고의 진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다가 우연히 홍성담 선생님, 박건 선생님, 정정엽 선생님과 같이 부산 주위에도 원자력 발전소가 많으니 한 번 가보자, 작가들이 이런 문제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하셔서 따라 나섰다가 전시회까지 갖게 되었어요."
 

예술은 어떤 때에 빛을 발할까? 아름다울 때 빛을 발한다면 어떤 때가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것을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존재(=작품)와 사유(=감상)이 딱 맞아 떨어질 때 일 것 같은데 그건 매번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사건일 듯하다. 그러나 방정아 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예술가의 생각은 길들여지거나 고여 있으면 절대로 안된다는.
  

 그녀가 손을 든 순간.  캔버스에 아크릴.  2019.
▲  그녀가 손을 든 순간. 캔버스에 아크릴.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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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에도 '핵몽'팀이 전시회를 해요. 그 때 기자님도 꼭 오세요."
"부디 저도 '핵몽'팀 모이실 때 꼭 불러주셔요."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면서 사는게 아니라 살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나만 열심히 산다고 해결 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나의 삶과 헐겁거나 또는 아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아 간다. 예술이 현실의 문제에 대해 발언을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