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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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NEGATIVE POWER 전 서문 중에서
Name 신혜영(갤러리 상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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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의..경.험. 
지금은 정신(Spirit)에 비해 물질이 우위를 점한 시대이다.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보다 
보이는 것이 힘을 발휘하는 때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추종할 때도 배후에는 보이는 것을 
위한 실리(實理)를 감추고 있기 마련이다. 
미술은 종교와 계급으로부터 자유로워진 후 또 다른 지배질서, 즉 자본과 사회시스템에 대한 대항을 시작하였다. 서구모더니즘 기획의 
핵심을 그것으로 본다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시도가 제도와 자본에 흡수되거나 영합하는 것을 
되풀이한다 하여도 저항을 멈추어서는 안될 것이다. 물질만능의 시대정신이 전지구화 되는 현상을 
목도하면서, 미술은 현실을 깨우는 역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시 『7인의 파수꾼Ⅰ_Negative Power』는 예술가의 영감을 빌어 현실의 부조리를 직면하려는 
기획이다. 
현시대의 모순은 자명하여 비판의 목소리는 높고 분석의 내용도 예리하다. 
하지만 돌처럼 움직이지 않는 현실에 반복되는 저항은 마치 일상화된 모순에 일상화된 비판인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힘을 상실하여 절망 끝에 냉소가 되기 쉽다. 
또한, 미술 작품은 현실이 아니다. 실제를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제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전시장 밖을 뛰쳐나가도, 돈과 맞바꿀 수 없는 혐오스러운 작품을 
제작하여도 마침내 미술관과 경매장안에 자리를 잡아야만 작가와 작품이 남게 된다. 
그만큼 작품에는 현실적인 힘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순의 극복에 대한 어떠한 청신호도없는 상태에서 기어이 그 환부를 드러내고야 말겠다는 작업에는 이유가 있다. 작가적 양심이나 
반골로 타고난 본능이 그 이유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전시를 통해 주목하고자 하는 부분은 
다른 것에 있다. 물리적으로는 현실의 터럭 하나도 움직일 수 없는 작품이지만 작품을 생성하는 
작가의 내면적 힘. 그 보이지 않는 힘이 결국은 미래의 현실을 창조해 내리라는 믿음이다. 
『7인의 파수꾼Ⅰ Negative Power』의 작품은 비판을 기저에 둔 차가운 웃음이 아니다. 
오히려 애정을 바탕으로 한 뜨거운 울음이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예언자의 자기 민족을 대신하여 
애통해하는 뜨거운 울음과 같은 것이다. 그리하여 힘을 갖는다. Negative Power 이지만 참된 긍정 
을 위한 참된 부정인 것이다. 

방정아 
그러므로, 썩지 않으려면 /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 다르게 사랑하는 법 
/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 법 / 그러면서도 모든 사물의 배후를 // 손가락으로 후벼 팔 것 
/ 절대로 달관하지 말 것 / 절대로 도통하지 말 것 / 언제나 아이처럼 울 것 // 그리고 가능한 한 
아이처럼 웃을 것 / 한 아이와 재미있게 노는 다른 / 한 아이처럼 웃을 것_ 
최승자 詩 "올여름의 인생공부"中 
위의 글은 방정아의 1996년 개인전 작품과 함께 실린 한 구절의 시이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글의 서두를 최승자의 시로 한 데는 이유가 있다. 
방정아의 작품은 이야기그림처럼 어떤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약간 어정쩡해 보이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여자이다. 인물과 상황은 너무 평범한 느낌을 주므로 우리는 
작품의 의미를 수수께끼 대하듯 풀어나가야 한다. 각각 다른 이야기들 속에 감추어진 작가의 
생각을 이해하는 데 있어 최승자의 시 한 구절은 짧지만 큰 도움을 준다. 
처음 인쇄물을 통해 접한 방정아의 작품은 「인생극장-넌 나의 영원한 적이야」라는 것이었는데 
서로 머리를 쥐어뜯을 듯이 두 팔을 앞으로 내밀고 막 싸우려는 두 부부를 그린 것이었다. 
그리고 촌스러운 벽지에 등을 기대고 이불을 무릎 위까지 덮은 채 사과를 까먹으면서 
텔레비전 보기에 몰두하는 중년의 두 아줌마의 모습을 그린 「당신이 그리워질 때」라는 작품도 
보았었다. 일일 연속극에 등장하는 코믹한 장면 같은 그림은 이내 웃음을 자아내었다. 세련과는 
전혀 거리가 멀고 너무나 친숙해서 다정하게까지 느껴지는 작품들은 작은 감동을 자아내는 우리의 
삶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직접 체험하거나 적어도 실재 목격한 것들을 다룬다. 
어찌 보면 익살스럽고 정감 있는 작품을 어둡고 부정적인 '세속의 경험'으로 제시하기에는 
의아스러운 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의 작품들이 소소한 따뜻함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그 속에는 편안하게 보고 넘길 수 없는 가시 같은 것이 존재한다. 작가는 작품에 등장하는 
여자만큼 나이를 먹었으며 본인을 직접 그린 것들도 많다. 한국의 80년대를 경험하였고, 
그것은 사회 정치적인 측면에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의 정서를 공유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방정아의 작품에서 뚜렷한 이념성이나 정치적 입장을 발견할 수는 없지만 있는 
그대로의 현실 이면의 것을 파헤치고자 하는 의지를 느낄 수 있다. 다만, 그림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들이 일상에 밀착되어있고 어려운 사상이나 무거운 정치적 이슈가 아닐 뿐이다.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림에 재미있는 제목을 붙이는 것도 작가의 개성인데 
, 「그녀에게 삶은 왜 고통이었을까」, 「오 천 원 짜리들」, 「터질 것 같은 나」, 
「이미 늙었다네」, 「제 살 뜯어먹는 놈」 등이다. 
공중화장실에서 작가가 직접 목격한 어느 여자의 실신한 장면을 그린 것이 「그녀에게..」라는 
작품이다. 안타까움이나 조롱의 감정을 품고 지나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작가는 '왜?'라는 질문을 
가지고 그림을 그린다. 한 여자의 불행-단순 졸도가 아닌 약을 복용한 듯 했다고 한다-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행복과 불행이 이미 한 개인만의 소관을 벗어난 사회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오천원짜리 도매금으로 팔고 있는 속옷을 만지작거리는 여자는 왜 그림의 소재가 되었을까? 
그것은 「터질 것 같은 나」에서 사람의 존엄을 상실한 여자와 고단한 생활 속에 기력을 잃어버린 
늙은 여자의 모습과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림의 주인공은 바보스럽기도 하고 속물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물감을 칠한 붓 자국은 
세심함과는 거리가 멀고 색상도 우아함을 애써 피하려는 듯 날스러운 느낌을 준다. 
그림 속의 여자와 어설픈 듯이 붓질한 것이 맞아떨어진다. 하루하루 주어진 생활에 적응은 
하고 있지만 꼭 맞지 않아 불편한 옷을 입은 듯 느껴지는 주인공은 한순간에 지워져버릴 수도 있는 
존재처럼 나약하고 불안해 보인다. 이것은 여자로서 사는 삶이 지니는 부당함에 대한 기록일까? 
작품은 그것을 넘어서서 안정과 합리를 추구하는 우리 공동체의 위기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번의 파도에 힘없이 쓸려나갈 모래성을 열심히 쌓아나가는 듯한 불안감은 지하철역사에 휑하니 
앉아 누군가 날 보고 있지 않은가라는 의혹에 찬 「의심」속 여자의 모습을 닮아있다. 
일상을 담은 작품은 삶에 더 밀착하고 허황되지 않으려는 작가의 보이지 않는 투쟁의 결과물이다. 
다년간의 작업으로 인해 이제 하나의 어법으로 비쳐져 쉬어 보일 수 있을지라도 그 뒤에 감추어진 
날카로운 긴장은 작품을 살아있게 만든다. 긴장감 있게 포착한 일상은 어떤 위기감을 내포하는데 
위기의 주체는 여성에 국한되지 않고 현대 사회를 살아나가는 현대인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사회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을 외치지만, 늘 드리워져 있는 위기의 정체는 겉으로 드러내는 
근사한 표어들에 비해 남루하고 소외된 실상과의 간극에 있는 것이 아닐까. '제 살 뜯어먹는 놈'은 
그 위기감에서 애써 눈감으려는, 눈감아야만 하루하루를 영위할 수 있는 현대인의 뇌관을 
저릿하게 자극한다. 

신혜영(갤러리 상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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