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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전시장이 놀이터가 된 재미있는 미술전의 풍경이다. 

아래의 글은 부산민예총 계간지에 쓴 전시보고서이다. 
뒤늦게 올려본다 

재미있는 미술 展 이후 
-어린이 전용미술관을 제안한다. 


요즘 들어 부쩍 방학 철이나 어린이날 즈음해서 익숙하게 접하는 문화행사가 있다. 
‘어린이를 위한 문화행사’들이 그것이다. 
더빙된 극장용 외국 만화영화, 어린이 연극, 대형 무역전시관에서 열리는 체험행사 등등.. 
물론 어린이용 문화상품이 예술적으로 낮게 평가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많은 훌륭한 그림동화책이나 극장용 만화 작품은 어린이뿐만이 아니라 어른에게도 
감동을 주며 문화적인 충족감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체험이라는 이름이 붙은 대형 이벤트성 행사에 가보면 입장료도 물론 비싸거니와 
그 내용에 있어서도 모호한 경우가 많다. 
미술과 관련된 내용도 그러하다. 
이런 안타까움이 들 즈음에 부산 민주공원 전시실에서 열린 
‘재미있는 미술전’(2005.8.21~28, 그 후 3일간 연장전시)은 의미 있는 전시였다. 

이 전시는 ‘해방60주년 기념 부산민족미술인협회의 정기전’으로서 유료관객 3000명을 훌쩍 넘긴 이례적인 전시였다. 
그 내용의 큰 흐름은, 
1. 2005년-우리의 역사가 만들어낸 지금의 우리 
2. 어린이의 눈으로 보는 지금 우리의 삶 
3. 그리고 미술에 다가가기 
로서 역사 ,정치, 환경 등의 메시지가 담긴 작품들이 각 작가들의 유연한 해석과 함께 관객들에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 
작품의 형식에 있어서도 어린이들의 직접적인 참여가 가능한 작품이 전체작품 31점 중 13점을 차지해 직접 만지고 놀이하는 미술로서 가능했다. 

이를테면 독도의 여러 모습을 형상한 그림 부조를 탁본해 갈 수 있는 작품(김형대)과 
,홈쇼핑의 상품사진을 구토하는 사람의 이미지에 붙이는 작업(노원희), 삼성화재 앞 1인시위에서 즉석으로 적은 문구들이 하나의 작품이 되어지는 걸 제시하고 어린이들이 색종이에 자신의 메시지를 남기도록 한 작품(배인석), 이와 비슷하지만 진달래 꽃잎을 그려 붙여 하나의 큰 동산을 만들어가는 작업(이정자), 당산나무에 소원적은 종이를 붙여 거대한 나무를 완성해가는(조은희), 엉킨 색실들을 관객이 하나씩 풀어서 가져가는 작업(박지수)등의 체험 작업들은 어린이와 가족 관객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작업들이었다. 

그 외에도 초등학교 주변 삶의 얘기(김헌주)를 표현하거나,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여러 소재등을 조형화 해-탈(이석금), 하늘 나는 돌고래에 탄 제3세계어린이들(임영선), 여러 가지 색깔의 뻥튀기과자로 만든 마을; 관객 참여 (진성숙), 커다란 인형그림(김진희), 멸종위기의 두꺼비 조형물(방정아), 동요 ‘퐁당퐁당’을 토대로 한 설치(심은주)- 전통문화나 평화, 환경 문제 등을 재미나게 풀어내었다. 
‘울산 민미협’에서 찬조 출품한 작품들의 시각적인 즐거움도 한 몫을 했는데 화려한 색상의 수많은 반짝이 스티커로 만든 대형 별(최옥석), 어둠 속에서 도깨비불처럼 또로록 움직이는 전구(김덕진), 돈 먹는 고래 저금통; 북한어린이에게 물감 보내는 성금 모으기(김근숙), 천정에 고무줄로 매단 대형 꽃들을 잡아당겨 춤추게 하기(김미경)등도 전시장의 활기를 불어 넣어 주었다. 

그리고 전시 형식에 있어서도 평소에 작업 기법이 궁금할 듯 한 작품에는 작품의 재료나 제작과정 등을 적어두어 작업과정에 관심 있는 관객에게는 좋은 자료를 제시했다. 
염색 (소금 염색으로 우주를 표현; 김영아, 투명한 염색 천과 공중에 떠다니는 물고기; 김경희), 도예(어깨동무한 모양의 타일로 만든 한반도; 윤경아, 여러 문양의 분청사기 접시; 서운경), 직조(하늘로 오르는 사다리; 김은애), 한지로 만든 돌멩이 조형물과 그 밑에서 자라는 식물 설치(오현숙),꽃을 형상화 한 석판화(정재학), 만화에서 따온 이미지로 꼴라쥬(고미정), 인물 드로잉(김용재) 등 

놀이로서의 미술에도 관객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바닥에 그려진 80년대의 상징의 하나인 화염병 모양의 도형에서 씨차기 놀이하는 작품(박경효), 바닥에 길게 깔린 징검다리 건너기(김음미), 멸종위기 종 동물그림이 있는 나무벽돌로 블록 쌓기 놀이(방정아), 딲지를 접어 그림을 그리고 또 놀이하기(이정순)가 그것이다.
무엇보다 모든 작품 옆에는 작가들의 간략한 작업노트를 적어두어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고민과 배경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며 이것의 또 다른 줄기로서 작가탐방을 토대로 한 창작 영상물(신용철)도 상영되었다. 

이렇게 전시내용을 자세히 밝히는 이유는 다음으로 제안하고픈 내용 때문이기도 하다. 
어린이 전용미술관에 관한 이야기이고 , 하드웨어(전시 장소)는 소프트웨어(전시 내용)에 의해 변화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필자도 이 전시에 참여하면서 느낀 바 이지만 어린이를 위한 전용미술관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부산을 비롯한 대부분의 지역에 전무한 상태인 것으로 안다. 
소박한 전시 형태였지만 어린이를 위한 작가들의 전시인 ‘재미있는 미술展’이 열리자 예상치 못한 큰 호응으로 이어졌고 방명록이나 체험 작품에는 이러한 전시형태에 무척 목말라있는 시민(어린이와 동반가족)들의 의견들이 줄을 이었다. 
요즘 점차 어린이 미술전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비싼 입장료로 인해 저소득층 어린이에게는 그림의 떡이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체험 위주로 채워져 있어서 마치 미술이라는 게 내용이 배제된 형식적인 실험만인 것처럼 여겨질 소지가 크다. 
생생한 현실에 바탕 하면서(무조건 교훈적인 내용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도 형식적으로 자유로운 탐색을 할 수 있는 놀이터로서의 미술관이 너무도 당연히 필요한 것 같다. 
프로그램의 결핍현상을 보이고 있는 각 구의 문화회관이나 지역의 문화시설들이 좋은 활용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들에게도 화랑전시의 한계인 소극적인 작품의 소통의 폭을 확대시킬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되지 않을까 한다. 
감상에서 체험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그것이 어릴 적부터 삶에 대한 문제제기의 계기가 된다면 아동미술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데 도움을 주리라 여겨진다. 

물론 어린이 미술관은 늘 깨끗할 수도 없고 작품의 파손도 우려되고 전시 진행에서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하는 등의 많은 어려움도 함께 있다. 그러한 부분에 대해 좀 열려있는 태도로 내용을 만들어 간다면 어린이 미술관은 가능하다고 본다. 

방 정아(작가, 부산 민미협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