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다음은 2003년 11월 한달간 부산일보에 기고했던 일기 형식의 짧은 글들입니다 
총12편의 글 중 10번째 글입니다. 

중독 


막연히 있으면 좋겠다였다가, 
갑자기, 꼭 있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여서 
덜컥 디지털 카메라를 사게 되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신나게, 부지런히 사용하고 있다. 

디·카가 나의 애장품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나에겐 덩치는 크지만 꽤 쓸만한 캠코더가 있었고 몇 년간은 그것으로 녹화한 테이프들이 책꽂이 한 켠을 화려하게 장식했었다. 또한 그 와중에도 난 고성능 스캐너와 프린터기, 그리고 DVD 등의 제품 카다로그를 열심히 들여다 보면서 그것들을 하나하나 사 들였다. 

그러자 무엇 하나를 사다보면 그걸 위해 또 다른 걸 사야 하는 희한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데, 도대체 이 모든 걸 제대로 쓸 시간 조차 있을지 스스로 궁금해졌다. 
그리고 제조회사에서 비슷한 기능의 디지털 제품들을 굳이 세분화한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엇비슷한 기능을 약간 향상시켜 신제품으로 내놓으면 그 값은 절대로 떨어지지 않고 그 가격대를 유지한다. 
그리고 그 신제품이라는 이유로 소비를 유도하고, 또 우린 유도 당한다. 

뭔가 이 신제품에 대한 끊없는 갈망은 아무래도 중독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가격비교사이트에서 새로 나온 디지털 제품의 가격들을 무심히 살펴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흠칫 놀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