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나의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나 노트 귀퉁이엔 
이리저리 긁적거린 낙서로 온전한 게 별로 없었다. 
주로 순정 만화 주인공이나 
여고생활을 빨리 탈출하고픈 우울한 내 모습이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건데 
그 그림들의 리얼리티는 지금 내 그림의 상당한 자양분이 된 게 아닌가 싶다. 
대학에 입학하고 어떤 알 수 없는 미술의 본질을 찾느라 허우적거렸고 
또 그 실체를 알아가면서 도리어 고등학교 시절 부담 없이 긁적이던 낙서의 리얼리티를 다시 찾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그 사이 난 나이를 먹었고 
조금은 깊은 눈을 갖게 되었다 
점점 세상의 이리저리 얽힌 그물망이 보였고 
그것에 대한 견해를 가지게 되었다. 
결국 내게서 그리 멀지 않은 주변언저리의 그물망을 슬쩍만 건져 올려도 그곳엔 세상사의 보편성들이 숨어 있었다.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