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의 난폭 운전자들이 난폭할 것이라 예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짙은 선팅 창문을 내리고 얼굴을 마주하면 의외로 겁을 잔뜩 집어 먹은 소심한 얼굴인 경우가 많다. 인터넷에 악성댓글을 다는 이들 중 많은 수가 취업에 실패하거나 학업성적이 신통치 않아 집에서 크게 인정받지 못하고 위축된 이들이라 한다. 이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욕설이나 말도 안 되는 험담을 늘어놓으며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다.


성공하지 못한 것은 능력 부족 때문?


요즘 흔한 자기계발서에서는 성공하기 위한 방법들을 열거하며 대체로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노력이나 의지 부족에서 찾는다.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 부와 학력의 대물림이 이어지는 요즘과 같은 현실에서 그 기회의 문고리를 잡지 못한 이들은 오히려 자신의 무능력을 탓하며 더욱 어두운 골방으로 들어가고 있다. '움직이면 돈'이기에 외출을 자제하고 연애할 엄두도 못 낸다. 장기불황과 함께 등장한 일본의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들이 한국에서도 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문제를 풀어가고 답을 찾아가는 커뮤니티적 삶이 가지는 긍정성을 상당 부분 포기한 것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대부분의 성공한 자들은 좀 더 나은 기회와 문화나 환경을 부여받은 경우가 많다. 예전의 입지전적 인물들도 굳이 밝히지 않았지만 행운이나 외부적 지원에 의한 배경들이 성공의 중요한 이유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므로 그런 기회를 받은 것을 감사히 여기고, 그 기회를 얻지 못한 이에게 미안하게 여겨야 한다. 이것은 몇 년 전 TV에서 본 하버드 대학 철학 강의 중 마이클 샌델 교수의 말이다. 그는 미국 사회에서 경제적 약자 등에게 어느 정도의 특혜를 줌으로써 기회를 고루 조정해 주는 것은 옳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기성세대들은 공고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후배들에게는 얼마 되지 않는 파이를 던져 준다. 그러고는 어려운 일은 하지 않는 젊은 세대를 탓하며 자신의 고생담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들의 자식들이나 다름없다.


대부분 비정규직이며, 좋은 일자리가 제대로 없는 현실에서 대학을 나온 많은 젊은이들은 자신의 꿈이나 특성과 상관없이 공무원 시험에 목매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3포 세대(결혼, 취업, 출산을 포기하는 세대)'의 아픈 현실은 그들의 문제를 넘어서 경제 활력의 저하라는 사회적 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다. '3포'의 결과로 노인세대가 많아지고 젊은이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이는 사회가 보수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짐을 뜻한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대립된 생각들은 요즘 들어 세대 간 접하는 미디어의 차이로 인해 더욱 증폭되었다. 구 미디어와 신 미디어는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또한 그러한 정치적·사회적 가치판단의 차이로 인한 간극은 이제 세대 간의 증오심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미술판에서 나 역시 기득권자


얼마 전 만난 젊은 작가는 사립대 미술대학을 졸업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하고 어려워하고 있었다. 내가 2년 전 잠시 가르쳤던 서울의 한 사립 미대 학생들 중 상당수가 등록금 마련을 위해 휴학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젊었을 때 대부분 미술전공자들의 어려운 삶은 지금과 다를 바 없었다. 그래도 대학 졸업 한참 후까지 융자금과 이자를 갚지 않아도 괜찮았다. 예술가의 길을 선택한 일을 후회하는 일이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면 그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대학을 꼭 나와야 하느냐고 물으며 호기 있게 대학을 거부할 수 있는 이들이 아직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많은 이들이 고등교육을 받을수록 더 낫다고 본다. 그러나 그 대가는 비용에 비해 낮은 결과물인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나 역시 후배 작가들에게 "예술가로서의 삶은 멋진 경험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네가 알아서 해!"와 다름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았는지, 학맥·인맥 등으로 쉽사리 좋은 전시의 기회를 얻지는 않았는지, 내 작가적 성취에만 골몰해 있지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129 부산리턴즈 전(2018.1.27~2.25/F1963 석천홀) file 2018.01.01
128 아름다운 절 미황사(2017.11.17~12.3/학고재갤러리) file 2017.01.02
127 2017 한.아세안 문화교류의 해 기념 ‘한․미얀마 현대미술교류전’ 2017.06.29
126 2013작업노트(부산발 성곡미술관전을 준비하면서) 2013.01.01
125 2016 개인전 <이야기> / 부산공간화랑 사진들 file 2016.10.20
124 2016 개인전 <이야기> / 부산공간화랑 file 2016.09.30
123 개인전 <서늘한 시간들>/ 트렁크 갤러리 (서울) 2015.01.01
122 2015 개인전 - 기울어진 세계 - 공간 화랑 file 2015.04.22
121 [부산일보 - 토요에세이] 어둠 속에서 2014.12.20
120 [부산일보 - 조간 부산일보에 바란다] 인터랙티브 기사로 독자와 소통을 2014.12.19
119 [부산일보 - 문화컬럼] 6편 - '500원짜리 부산아트 가이드' 2013.06.18
118 [부산일보 - 문화컬럼] 5편 - 한우물 파기의 함정 2013.05.21
» [부산일보 - 문화컬럼] 4편 - '3포 세대' 그리고 후배작가들 2013.04.23
116 [부산일보 - 문화컬럼] 3편 - 용·표범 그림에 숨은 불안 2013.03.26
115 [부산일보 - 문화컬럼] 2편 - 소멸 직전의 비극적인 아름다움 2013.02.26
114 [부산일보 - 문화컬럼] 1편 - 문화는 그곳에 있었다. file 2013.01.29
113 운디드니 file 2014.12.05
112 미얀마 여행 file 2013.03.02
111 스폰지혹성 영화 촬영날 file 2013.02.16
110 조선화랑 개인전 오픈날 file 2012.11.2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