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시간에 가끔 용 그림이 등장한다. 커다란 등판을 지닌 고개 숙인 사내들의 맨살엔 어김없이 화려한 용 그림이 있었다. 아래 자막엔 조직 폭력배 '○○파 검거'라고 뜨곤 했다. 다른 조직보다 더 강해 보여야 하고 어떨 땐 싸움을 벌이지 않아도 윗도리 한번 벗으면 상대방을 제압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도 괜찮은 그림이었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한동안 문신은 위험한 사람들이나 새기는 무시무시한 그림으로 여겨졌다.


나는 문신과 함께 여성들의 옷이나 가방·신발 등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무늬를 흥미롭게 생각한다. 중년여성이 특히 선호하는 호피무늬는 길거리에서도 흔히 접하게 된다. 사나운 동물인 뱀이나 악어 무늬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착 달라붙은 표범무늬 레깅스를 입고 걷는 여인의 다리를 보고 있노라면 정글에라도 온 기분이 든다. 그 여인의 미적취향에 재미있어 하지만 실상 나도 무의식 중에 구입한 머플러 중 호랑이 줄무늬도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문신, 자기 방어의 무의식적 수단


요즘 들어 우리나라도 문신을 금기시하던 쪽에서 약간 유연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TV에서도 연예인의 노출된 신체에서 얼핏 문신을 발견할 수 있다. 주변 작가들 중에도 몇몇은 더러 앙증맞은 문신을 했다. 유교의 영향이 큰 우리나라에서는 몸에 상처를 내는 것을 금기시했으나 원래 문신은 고대에서부터 여러 나라에서 있어 왔던 상당히 보편적인 문화 현상이었다. 죄수나 노비를 구별하기 위해 쓰인 경우도 있긴 하다. 하지만 대체로 재앙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마술적 효과 또는 사람들의 지위·신분을 나타내기 위해서 몸을 장식했다. 미국에선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몸이나 얼굴에 문신을 많이 했고, 그 영향 때문인지 지금은 많은 미국 백인들도 몸에 문신을 한다.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시민들도 현란한 무늬의 문신을 새겨 넣는다. 남자들은 주로 양팔 가득히, 여자들은 등에 다양한 기하학적 무늬를 새겨 넣는다. 몇 달간 미국에 머무른 적이 있는 나로서는 많은 사람이 문신하고 있는 모습에 놀랐고 이유가 궁금했다. 원주민들처럼 숲에서 사냥을 위해 필요했던 호신용 수단도 아니고, 지워지지도 않는 강한 그림을 뭘 그렇게 몸에 새기나 하는 생각이었다. 숲에 사는 것은 아니니 실용적인 목적은 거의 없고 결국 개성 있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서인 것 같은 데, 그것만으로는 뭔가 아쉬운 구석이 있었다.


호피무늬· 뱀가죽무늬· 악어가죽 등등의 의상이나 액세서리가 여전히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것을 보면, 신체적으로 남자보다 불리한 입장에서 강하게 보이고 싶은 방어적 패션으로 읽힌다. 악어무늬나 뱀가죽무늬 같은 경우 어떤 이는 두려움이나 혐오감까지도 느낄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심리의 깊은 곳을 내려가면 뭔가 보이지 않을까 싶다.


성(性)과 사회 강박증이 빚어낸 그림들


강한 동물성을 뿜어내는 의상과 액세서리는 진짜 가죽처럼 보이고 싶은 허영심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강하게 보이고 싶은 욕망의 표현처럼 보인다. 그건 도리어 스스로의 나약함과 불안함을 감추는 장치, 즉 '센' 척해 보이고 싶은 위장의 패션 말이다. 미국 백인들의 팔뚝에서 보았던 그 강렬한 그림들도 조금 슬픈 그림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울증 약 최다 소비국가가 미국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철저한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한 성과주의 사회이자 기회의 나라,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 사는 사람들이 왜 이토록 우울한가. 정글인 그곳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그래서 더 강해 보이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잔인한 승자독식 사회이자 무한경쟁 사회에서 야성적이고 강하게 보여야 하는 건 아닐까 한다.

 

물론 나는 문신에 대한 편견이 있거나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호기심에 팔뚝 한쪽에 나비 한 마리 새겨 볼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신이나 호피무늬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사람들은 왜 이토록 강해 보이고 싶어 할까, 왜 이렇게 불안해할까 하는 의문과 동시에, 문신과 호피무늬들은 너무도 솔직하게 우리 사회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그림들이 아닌가 생각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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